잠들지 않는 동화

[중혁독자] 잠들지 않는 동화 03

@Nyang_2cha님의 1863회차 중혁과 17살 김독자 -> 3차창작



이미지 출처https://unsplash.com/photos/jpHAQk3K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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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witter.com/Nyang_2cha/status/1123161148667285504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잠들지 않는 동화

03


꿈 속에서 벌써 며칠 째인가. 김독자는 아직 읽지 못한 페이지 속에 박제되어 한숨을 쉬었다. 깨어나야한다는 생각도 했지만 이내 의문이 들었다. 여기서 나가서 뭐? 꿈에서 깨면 뭐가 달라지는데? 그냥 이대로 있어도 되지 않을까? 글자 너머로 보는 게 아니라 숨결이 닿는 곳에서, 유중혁을 보면서. 김독자는 매일매일 유중혁을 쫓아다녔다. 위험할 건 없었다. 그가 가장 위험한 존재인데 무서울 게 뭐가 있겠는가. 괴물들이 몰려오면 그가 쓸어잡는 통에 온전한 모습을 한 괴물은 볼 수도 없었다. 혼돈 속에서 홀로 평온을 느낄 수 있었다. 김독자는 유중혁 옆에서 그를 관찰할 뿐이다. 냉혹하고 잔인한 손속, 그는 무자비했다.

그럼에도 그가 유중혁이기 때문에 그를 따라다녔다. 유중혁 옆에 있으면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는데, 지금도 모를 문제의 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안일했다. 김독자는 건축 잔해물 위에 앉아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유중혁이, 자신을 버리고 갔다.


“이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며칠이나 함께 지냈다고. 김독자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금껏 내버려둔 게 더 신기할 지경이었다. 도움도 안 되는 어린 애. 버리고 가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는 할 일이 많은 사람이었고 자신은 그의 과업에 걸림돌일 뿐이었다.


「김독자는 홀로 남았다. 그러나 혼자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는 괴물들이 활보했고 그를 지켜주던 유중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김독자는 도망치지 않았다. 괴물들이 점점 가까이 오는데도 가만히 있었다. 잡아먹혀도, 찢겨 죽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무릎 사이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김독 자 울어 ? 죽 을거 야? 그 때 누군가 다가와 소리쳤다. 도망치라고 뭐하는 거냐고. 그는 코트를 펄럭이며 달려와 괴물을 물리쳤다. 김독자는 기대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어이, 네놈. 뭐하는 녀석이냐?”


코트, 코트를 입었다는 건 같았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백색 코트를 입은 하얀 머리 남자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죽으려고 그러는 거야? 약해빠진 놈이 여기까지 온 게 신기하다만.”

“당신, 누구야…….”

“하아? 이 몸을 몰라? 최강 화신 망상악귀 김남운 님을 모른다고?”


김남운? 김남운이라면 유중혁의 동료 중 하나였다. 설마 유중혁이 자신을 데려오라고 한 걸까? 급한 일이 있어서 잠깐 자리를 뜬 게 아니었을까? 희미한 희망에 부풀어 김남운을 바라봤지만 그의 입에서 ‘유중혁’ 그 세 글자가 나올 일은 없었다. 김독자는 잠자코 있다가 김남운이 한 말 중에서 거슬리는 부분을 짚었다.


“최강의 화신은 유중혁이잖아.”

“하아아?!”


말도 안되는 걸 들었다는 듯, 김남운이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 김독자는 생각했다. 이상한 건 자신이 아니라 김남운이라고. 그도 그럴 것이 멸살법에서 최강의 화신은 유중혁이다. 그건 진리나 다름없었다.


“유중혁이 조금 세긴하지만 그래봤자 악한 놈이고! 나는 정의의 편, 이랄까?”

“악한, 뭐?”


김남운이 새끼 손가락으로 귀를 후볐다. 손가락을 훅 불고는 말했다.


“어이, 그 놈, 쪼오끔 잘생기긴 했는데 나쁜 놈이다? 반하지 말라고?”


김독자는 알아차렸다. 일단 김남운은 유중혁의 동료가 아니다. 김남운이 악하다 할 정도면 두 손 두 발 다 들 정도로 나쁜 거지. 악한 유중혁? 그래, 유중혁이 악인일 수는 있다. 1863회차라잖아. 싸이코패스 수치가 얼마나 높겠냐고. 김독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뭘 알아?”

“엉?”

“뭘 아냐고.”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인정할 수 없었다. 유중혁은, 유중혁은 악인이 아니다. 계속 그를 봐왔다. 악인을 자처하기도 했지만 그 기반에는 스타스트림 파괴라는 대의가 있었다. 그 목적 때문에 동료를 버리기도 하고 발목잡히기도 했지만 그 누구도 유중혁을 악인이라 칭할 자격이 없다. 머리가 뜨겁고 울렁거렸다. 김독자는 열변을 토했다.


“네가 유중혁에 대해 뭘 알아?”

“하아?”

“너는 유중혁이 왜 그래야 했는지 모르잖아!”

“너 패왕 추종자냐? 그런 줄도 모르고 괜히 구해줬네!”


김남운은 어이가 없었다. 유중혁에 대해 뭘 아냐며 질질 짜는 놈한테 무슨 말을 해야할지 감이 안잡힌다. 그러는 지야말로 뭘 알기에 저러는지. 울면서 화내는 어린 애는 전투능력이라곤 쥐뿔도 없어보여 위협조차 되지 않았다. 괜히 말걸어서 심란하기만 했다. 그는 결국 혀를 차고 떠나기를 결심했다.


“너야말로 뭘 아냐? 에이 씨, 모르겠다. 약한 놈 건드릴 필요도 없고 내버려둬도 죽을 거 같은데. 맘대로 해라.”


김남운이 자리를 뜨기 전에 김독자가 자리를 박차고 달려 나갔다. 아주 나 잡아 먹으쇼 하고 가는군. 그때 김남운의 눈앞에 별이 번쩍였다.


“누가 사부 코트 훔쳐 입으래? 죽고 싶어?”

“어흐윽!”


김남운이 정수리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이지혜는 싸늘하게 그를 내려다보다가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달려가는 인영이 보였다. 고등학생일까? 교복을 입은 남자애였다.


“저건 뭐야?”

“으윽, 아마 패왕 추종자?”

“으.”


인상을 팍 찌푸린 이지혜는 고개를 돌렸다. 볼 가치도 없었다. 그녀는 김남운의 발치를 차며 재촉했다.


“됐고, 빨리 돌아가서 사부한테 옷 돌려드려.”

“어, 으응…….”


김남운은 정수리를 매만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몸을 홱 돌려 거점으로 향하는 이지혜를 아기 새마냥 졸졸 쫓아갔다. 사라진 추종자에게 닥치는 검은 그림자는 알 바 아니었다.




김독자는 도망쳤다.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는 건지 스스로도 알 길이 없었다. 이 빌어먹을 꿈! 깨지도 않고! 멀리, 멀리 도망치고 싶었다. 그러나 곧, 길이 막혔다. 파란 호저가 앞을 가로막았다. 호저를 닮은 이름 없는 것은 검이나 송곳 같은 날붙이들을 등에 지고 있었다. 꿈에서 깰 시간이다. 이제 여기엔 유중혁도 없고 멸살법도 없다. 김독자는 꿈의 결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단순한 개꿈일뿐이다.


「정 말?」


눈앞이 깜깜해졌다.


“…….”


등 뒤에서 느껴지는 온기가 새삼 따뜻했다. 눈꺼풀에 닿는 손바닥이 거칠었다. 이름 없는 것이 지르는 비명 속에서 유중혁이 중얼거렸고 김독자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군.”

“……뭐가요?”

“너도, 스타 스트림도.”


붉은 소나기가 퍼부었다. 김독자가 비린 향에 질식하지 않게끔 유중혁은 코트로 피를 막았다. 피웅덩이가 발치에 고였다. 운동화가 붉게 물드는 건 신경쓰이지 않았다.

김독자는 뒤를 돌아 유중혁을 껴안았다. 원망도 감사도 하지 않았다.

유중혁, 그 존재 자체로 김독자는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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