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않는 동화

[중혁독자] 잠들지 않는 동화 05

@Nyang_2cha님의 1863회차 중혁과 17살 김독자 -] 3차창작

이미지 출처: https://unsplash.com/photos/jpHAQk3K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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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twitter.com/Nyang_2cha/status/1123161148667285504

허락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잠들지 않는 동화

05

 

김독자는 검은 코트를 눈 아래까지 덮었다. 불그림자가 아름다운 얼굴 위로 드리웠다. 앉은 채로 눈을 감은 모습은 정말 잠이 든 건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었다. 김독자는 누워있던 몸을 슬며시 일으키고 무릎을 꿇었다. 그의 눈치를 보며 움직이려고 하자 유중혁이 입을 열었다.


“어디 가려는 거지?”

“아, 아니…….”


「김독자는 멀리 가려는 게 아니고 유중혁에게 다가가려 했다. 뭐라 말하기 민망했기 때문에 김독자는 말없이 무릎으로 기어갔다. 김독자는 눈치가 없냐며 속으로 꿍얼거렸지만  은 개의치 않는다.」


일주일 정도가 되니 점점 의심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이 꿈이 아닌 것 같았다. 현실을 외면하면서 꿈이라고 단정지었지만, 꿈치고는 길지 않은가. 손바닥에 닿는 흙먼지가 까슬까슬했다. 가까이 다가가 파고든 유중혁의 품이 따뜻했다.


“꿈이 아니라면 뭘까?”

“뭘 말하는 거지?”

“…….”

“눈뜨고 헛소리를 하는군.”


매몰찬 말과는 다르게 그는 김독자의 허리께에 걸린 코트를 위로 올려 어깨까지 덮어줬다. 믿기 힘들 정도로 다정한 손길이었다. 역시 꿈인가?


「꿈 이라기 엔 너무나 뚜렷했다. 나만을 위한 주인공. 나와 함께 걷는 사람. 네가 겪는 역경이 곧 내 역경이야. 중혁아, 중혁아. 김독자는 유중혁에게 기대어 곤히 잠든다. 그리고 생각한다. ■■■ ■이 있어서 다행이야. 중혁이가 들으면 소름끼쳐 할지도 몰라. 나 잘했 지 김……. 응, 잘했어.」


김독자는 감기는 눈꺼풀을 이기지 못하고 잠꼬대처럼 중얼거렸다.


“옆에 있어줘…….”


그 말을 간신히 뱉어내곤 까무룩 잠이 들었다. 불침번을 서야 하는 유중혁은 얕은 잠조차 들지 못하고 깊이 잠든 김독자를 내려다봤다. 곁을 파고드는 온기를 느끼며 유중혁은 말없이 드럼통 속 불꽃을 노려봤다.

 

 

 

방황은 계속되었다. 유중혁은 목적 없이 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였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독자는 머리를 굴려봤지만 유중혁의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10회차, 아니 100회차 이내였으면 추측이라도 했겠다. 1863, 이 얼마나 포악하고 끔찍하고 구체적인 횟수란 말인가.

한참을 생각을 하던 김독자는 갑자기 우뚝 멈춰 선 유중혁의 등에 코를 박았다.


“잠시 기다려라.”

“으응?”


김독자는 깜짝 놀라서 양손으로 유중혁의 코트를 붙잡았다. 걸음을 막는 미약한 손힘에 유중혁이 돌아봤다.


“가지러 가야하는 아이템이 있으니 5분만 기다려라.”

“나 혼자 여기서 5분을? 미쳤어요?”

“별 문제 없을 거다.”

“그 괴물들은요!”


유중혁은 인벤토리에서 손톱만한 향수병을 꺼내 뚜껑을 열었다. 김독자의 목덜미에 흘려보내곤 비어버린 병은 바닥에 던져버렸다.


“설화와 기척을 희미하게 지우는 물건이다. 이걸로 이름 없는 것들은 널 볼 수 없을 테지.”

“으, 으응…….”


그런 말을 들어도 안심되진 않는다. 김독자는 실망을 감추고 포기했다. 뭐, 무슨 일이 있겠어? 5분이랬으니까 5분 정도야, 뭐가 오든 버티면 되지. 버틸 수 있겠지…….


“최대한 빨리 돌아오겠다.”


김독자는 화들짝 놀라 그에게서 떨어졌다. 이제까지 도와줬는데, 난처하게 할 수는 없다.


“처, 천천히 와도 뭐…….”


유중혁은 코트를 휘날리며 급하게 자리를 떴다. 김독자는 근처에 있는 바위에 걸터앉아 턱을 괴었다.

……매정하기는. 저렇게 뒤도 안 보고 갈 일인가. 얼마나 대단한 아이템이길래. 그렇지만 이게 유중혁이지. 지금까지 자신과 다녀준 것도 신기한 일이다. 그가 이제까지 자신의 편의를 봐준 건 사실이다.

대체 왜? 유중혁이 그럴 이유는 없지 않은가? 히든피스를 가진 것도 아니고 도움이 될 정보를 준 것도 아니다. 짐 덩어리인 자신을 끌고 다니는 이유가 뭘까. 혼자 끙끙 앓아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유중혁의 말대로 이름 없는 것들은 김독자를 알아보지 못했다. 존재조차 모르는 모양이다. 설화를 지우다니, 그런 아이템은 멸살법에서도 본 적이 없다. 나중에 나오는 아이템일까? 난동을 부려도 몰라볼까 궁금했지만 김독자는 호기심을 접었다. 멍청한 짓은 삼가야지.

이제 몇 분이나 지났을까. 김독자는 손가락을 꼽아보며 시간을 헤아렸다. 핸드폰도 시계도 없는지라 정확한 시간은 알지 못했다. 5분이 지났을까? 1분도 안 지났으려나? 지금이라도 60초씩 다섯 번 셀까 싶었다. 그렇지만 너무 빠르게 세서 유중혁이 늦게 온다고 혼자서 실망하면? 천천히 셌는데도 유중혁이 안 온다면? 김독자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바닥을 파고들었다.

흙이 아스팔트 위에 짓이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유중혁인가? 김독자는 반가운 마음에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정말이네?”

“거 봐, 말했잖아. 사람이라고.”


유중혁이 아니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군인처럼 생긴 남자와 저번에 봤던 김남운이었다. 유중혁의 동료가 아닌 김남운, 그러면 군인처럼 생긴 저 남자는? 유중혁의 동료가 아닌 이현성인가?

이현성에게 잔뜩 뭐라 하던 김남운은 김독자의 얼굴을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뭐야, 패왕 추종자잖아!”

“패왕 추종자?”

“와, 너 어떻게 살아있냐?”

“남운아, 패왕 추종자라니 그게 무슨 소리야?”


진짜 이현성이었다. 유중혁은 대체 뭐하는 거야? 자기 동료들 다 버려두고 왜 혼자 다니고 있어? 김남운이 유중혁을 어떻게 말했는지 기억하는 김독자는 그들을 경계했다.


“저번에 이지혜랑 순찰했을 때…… 훗, 그랬다는 거지.”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알아 들어…….”

“아아, 이걸 알아듣지 못하다니, 어리석군.”

“남운아…….”


김남운이 멋있는 척을 하든 말든 김독자는 신경쓰지 않고 무릎에 고개를 파묻었다. 5분만 기다리면 유중혁이 올 테니까, 김남운 정도야 일격으로 날려버릴 테니까. 그러나 두 사람은 김독자를 가만히 두질 않았다.


“뭐가 어떻게 됐든간에, 어린 애가 여기 혼자 있는 건 위험해. 같이 안전한 곳에 가자.”


이현성의 말에 김남운은 길길이 날뛰었고 김독자는 고개를 들었다.


“어엉? 어이 군인! 미쳤어? 패왕 추종자라니까?”

“이 애가 유중혁을 좋아한다고 해도 유중혁이 이 애를 좋아하는 건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데려가봤자 쓸모가 있겠어? 괜히 화근이라고!”


약자를 지켜야 한다는 군인의 면모를 드러낸 이현성은 굳건했다. 곤란했다. 곧 유중혁이 올 것이다. 나는…….


‘어떻게 하지?’


「이 럴때 만찾지 김독 자.」


■■■ ■이 나섰다.


「김독 ■는 고민했 다. 곧 유■혁이 와서 모 두 쓸어 버 릴텐데. 한치의 ■설 임도 없이 그 전제를 믿■ 다. 정말? 김독자? 정말 한치의 망■임도 없어? 불안한 거 아냐? 아니■고? 그럼 왜 그렇게 울■이야?」


■■■ ■이 고장난 것처럼 노이즈로 얼룩졌다. 김독자는 아픈 머리를 감싸쥐고 코앞에서 다투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혹시 시계 있으신가요.”

“시계?”


이현성이 국방색 줄을 가진 손목시계를 풀어 김독자에게 보여줬다. 초침이 째깍거리면서 자신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외쳤다. 김독자는 초침을 한참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다리가 아파서 5분만 있다 갈게요.”

“그래, 잘 생각했다. 조금 쉬고 있으렴.”


이현성이 편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김독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이 마주친 김남운은 여전히 불만인지 혀를 차고 고개를 돌렸다.


“5분 지나면 버리고 갈 테니까 그런 줄 알라고.”

“쟤는 신경쓰지 않아도 돼.”

“어이!”


「■■■ ■은 김독자 에게 제 안했다. 좀 더 낫지 않아? 저 둘은 유중혁처 럼 멋대로 떠나 지는 않을거 야. 어때? 하지 만 어 쩐지 김독 자는 마음에 들어하 지 않았다. 그렇게 유중혁이 좋아? 진짜로?」


귀를 막아도 ■■■ ■은 제멋대로 떠들었다. 이제 온다니까? 유중혁이 곧 온다고. 저번에도 잠깐 갔다 온 거잖아. 이번에는 시간까지 말해줬으니까 금방 올 거야. 반드시 온다고. 그러니까 제발……!


“야, 5분 지났다.”


김남운이 김독자가 앉아있던 바위를 발로 찼다. 김독자는 화들짝 놀라며 그를 올려다봤다.


“좀 더 쉬게 해도 난 괜찮은데.”

“아씨, 내가 안 괜찮아! 이지혜한테 할 말도 있다고!”


이현성은 한숨을 쉬며 김독자와 김남운을 떨어뜨려놨다. 초조해하는 검은 눈동자, 어쩐지 미련이 남은 눈을 보고 이현성이 물었다.


“혹시 동료를 기다리고 있었니?”

“동, 료요?”

“친구나 가족처럼 같이 있던 사람들 말이야.”


유중혁은 동료, 였을까? 그와 자신은 친구가 아니었다. 가족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냥, 주인공과 독자였다. 독자의 일방적인 친밀감이 그들을 동료라는 단어로 묶어둘 수 있을까? 자신은 유중혁을 잘 아는데 유중혁은 자신을 전혀 모른다. 한쪽이 독박을 쓴 외로움이 뼈저렸다. 17살인 김독자도 알았다. 이걸 동료라고 부르기는 어려웠다.


“아뇨……. 없었던 거 같아요…….”

“……그래, 같이 가자 꼬마야.”


이현성은 김독자에게 손을 내밀었고 김독자는 그걸 맞잡았다. 그는 자신들의 아지트로 가면 안전은 보장된다면서 김독자를 안심시키려고 했다. 김독자도 애써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 눈시울은 여전히 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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