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중혁독자] 사연 받습니다




이뤄지지 않는 거라 첫사랑은 쉽게 잊을 수가 없죠. 저도 이뤄지지 않는 첫사랑을 겪어봤기 때문에 사연자 분의 마음 충분히 이해합니다.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훌훌 털어 보내시라고 치킨 쿠폰 보내드리고요. 오늘의 마지막 사연입니다.


안녕하세요. 첫 방송부터 매일 일하면서 듣고 있었지만 사연은 처음 보냅니다. 오늘의 주제가 첫사랑이라고 하니 사연을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학창 시절이었습니다. 조용하고 하얗기만 하던 그 사람은 주변과 어울리지 않았고 책을 읽는 걸 좋아했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늘 책을 읽었고 점심시간에는 도서관으로 향해 책을 빌렸습니다. 말을 걸어보고 싶었지만 독서를 방해하고 싶지 않아 멀리서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점심도 먹는 둥 마는 둥, 입이 짧은 편이었습니다. 잘못 건드리면 쓰러질 것 같아 걱정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유일하게 챙겨 먹는 게 있었습니다. 떡볶이였습니다. 학교 앞 분식점에 매일 들러 한 접시씩 먹곤 했습니다. 한 개에 200원, 늘 똑같이 떡 세 개와 어묵 두 개를 먹고 갔습니다.

그래서 궁금했습니다. 점심도 제대로 안 챙겨먹는 그 사람이 매일같이 먹는 떡볶이는 얼마나 맛있을까. 똑같은 천 원어치. 비닐에 싸인 접시를 받아들고 포크로 떡을 잘라 먹었습니다. 빨갛고 단 맛, 영양가라곤 전혀 없는 맛. 그런데도 중독성 있는 맛. 그 사람을 좋아하는 것처럼 바보 같은 짓은 없었지만 그래도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분식집에 제자로 들어갔습니다.


……예? 아니 다시 읽어봐도 제자, 제자로 들어갔네요. 흠흠.


분식집 사장님께 떡볶이를 배우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당황한 눈치였습니다. 그래도 언젠가 그 사람에게 좋아하는 떡볶이를 해주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달 정도를 분식집에 오가면서 떡볶이를 배웠습니다. 귀찮았을 텐데도 가르쳐주신 사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지난 주 주제가 어이없는 상황이었는데 사장님이 보내셨으면 딱 경품 하나 받아가셨을 것 같아요.


덕분에 한 달 동안 학교 밖에서도 그 사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요일을 빼고 엿새마다 행복했습니다. 어떤 때는 사장님 몰래 떡 하나를 더 내주거나 어묵 하나를 내줬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귀신 같이 덤으로 준 떡과 어묵을 남기고 집에 갔습니다.


이 쯤 되니 사연자가 불쌍한데요?


떡볶이를 배운지 30일쯤 되던 날, 그 사람은 평소처럼 떡볶이 천 원어치를 먹고 갔습니다. 그 날이 토요일이었고 월요일에 가면 그 사람을 볼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요리를 시작했습니다. 보온 도시락에 떡볶이를 넣어 챙기고 등교했습니다. 조회 시간이 지나도 점심시간이 지나도 그 사람은 오지 않았습니다. 하교시간이 되자 보온 도시락조차 식어버렸습니다. 그렇게 그 사람은 전학을 갔습니다.


아…….


지금이라면 스타톡이나 스트림북이 있으니 전학가고 나서도 연락을 할 수 있었겠지만 그 당시엔 연락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있었다 해도 연락할 만큼 친하질 않았으니 뻔뻔하게 연락할 용기는 없었습니다.


떡볶이집 사장님한테 한 것, 반만이라도 뻔뻔하게 굴어주실래요?


그 사람 영향 때문인지 호텔 조리학과를 졸업하고 작은 레스토랑을 경영하고 있습니다. 분식이 아니라 양식이지만 그 사람에게 만들어줄 떡볶이는 잊지 않고 있습니다.

분식집은 아직 학교 앞에 있고 요즘도 영업하고 있습니다. 토요일에는 사장님을 대신해 제가 떡볶이를 만듭니다. 언젠가 그 사람이 다시 찾아올 거라 믿고 오늘도 천 원짜리 메뉴는 지우지 않습니다.


눈물 나는 떡볶이 사랑, 아니 첫사랑 사연이네요. 첫사랑이랑 접점이 너무 없어서 떡볶이 등장이 더 많았어요. 이거 삼각관계 아니에요? 첫사랑과 사연자와 떡볶이의 삼각관계.

웃기도 그렇고 울기도 그런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신 사연자 분께 무림만두 보내드립니다. 무림만두에 떡볶이 국물 찍어먹으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어요.

생각해보면 학교 앞에는 꼭 떡볶이 집이 하나씩은 있었던 것 같아요. 역시 학창시절 간식은 떡볶이가 최고죠. 저도 학교 다닐 땐 입에 달고 살았거든요. 사연자 분 덕분에 저도 오늘 저녁은 떡볶이로 해야겠네요.

오늘이 딱 토요일입니다. 혹시라도 잊어버린 것을 추억하고 싶으시다면 저녁 메뉴, 떡볶이 어떨까요? 사연자 분이 첫사랑과 재회하길 바라며 오늘은 이만 물러갑니다. 신청곡 띄워드리고요. 사연 읽는 라디오, 김독자는 저녁 먹으러 가겠습니다. 다들 좋은 저녁 보내세요.





자기 전에 머릿속에서 나가질 않아 날 괴롭게 하던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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