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소 Z23] 백수였던 내가 하루 만에 바지사장!? [인포]

아이소 Z23

A5 / 약 100페이지 / 전체연령가 / ₩13,000

모바일 게임 '포션펀치'의 처음 스토리를 오마주했습니다.




오, 놀라워라! 진리와 신비! 인간은 알면 알수록 지식을 탐한다. 신비는 파헤칠수록 미로와도 같아 지식을 향해 떠나는 모험은 험난하다. 고난을 헤치고 목적지에 도달하면 그 너머에 새로운 산이 기다리고 있다. 그렇기에 유중혁 또한 새로운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는 한창 요정에 대해 연구 중이었다. 짧은 생을 사는 인간과 비교해 요정들은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유중혁은 요정들이 알고 있는 신비와 진리를 한데 모아 현자의 묘약을 만드는 연구에 착수했다. 그 연구는 절정에 도달했다. 꽃에서 갓 태어난 요정의 눈물과 가장 오래 산 요정의 머리카락을 넣고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거꾸로 한 바퀴 반, 국자로 휘저으면…….

“이봐요!”

쾅!

커다란 폭발이 일어난다.


+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매캐한 연기에 김독자는 콜록거렸다. 옆집 사람이 연금술사라는 말은 들었지만 방문하는 건 처음이었다. 앞으로도 방문할 일은 없었지만 자꾸만 강아지 한 마리가 집에 오는 바람에 들렀다. 만약 이 집 개면 목줄 정도는 채워두라고 단단히 일러야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래서 마음먹고 찾아온 건데…….

“케헥, 우읍, 계, 계세요?”

김독자는 품에 안고 있는 강아지의 코를 막았다. 연기를 헤치고 안으로 들어가며 가게 주인의 안부를 물었다.

“저기요?”

모락모락 피어오르던 연기가 점차 가라앉고 주변 윤곽이 점점 선명해졌다. 연금술사의 실험실까지 들어왔는데 사람이 없으니 어리둥절했다.

“큭!”

“응?”

뭔가 찬 거 같은데? 작은 공을 찬 것 같은 이질감이 느껴졌다. 바닥에는 아직 연기가 남아있었지만 안 보일정도는 아니었다. 김독자는 바닥을 보며 오렌지만한 검은 공을 발견했다. 천으로 싸여있어 부드러운 질감이었다. 강아지 장난감인가? 이정도 크기면 대형견 장난감인데……. 김독자는 허리를 숙여 공을 집어 들었다. 보기보다 따뜻한 공이었다.

“이게 무슨 공…….”

“누가 감히 나를…….”

“…….”

“…….”

잠깐 침묵이 흘렀다. 김독자는 공을, 공은 김독자를 바라봤고 입을 다물었다. 김독자 품에 있던 강아지가 입을 열어 직접 침묵을 깰 때까진 조용했다.

“바아앗.”

“훠이씨! 깜짝이야!”

“이, 이게 무슨!”

김독자의 손바닥 위에 있는 건 공이 아니라 사람, 그것도 아주 작은 사람이었다.

“땅요정?”

“누가 땅요정이라는 거냐!”

땅요정치곤 잘생기긴 했다. 그렇지만 체구로 보나 생김새로 보나 땅요정이었다. 그는 혼란스러운지 자신의 몸을 여러 번 관찰하다가 긴 옷자락에 걸려 넘어졌다. 김독자는 그가 떨어지지 않게 황급히 두 손을 모았다. 강아지를 품에 안으랴 땅요정을 지켜주랴, 아주 바빴다. 땅요정이 옷자락을 걷어 올리며 바로 설 때까지 김독자는 기다렸다. 그가 옷을 정리하며 씩씩거렸다.

“얘, 땅요정이 아니면 넌 누구야?”

“지금 날 어린애 취급하는 건가?”

“그으으럴 리가.”

칫, 눈치 빠른 땅요정 녀석……. 땅요정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의 정체를 숨기려들지도 않았다.

“난 이 집 주인이다.”

“내가 알기로 이 집 주인은 연금술사였는데.”

“내가 그 연금술사다.”

“와! 땅요정이 연금술사야?”

“나는 땅요정이 아니다!”

“그 모습으로 그렇게 주장해봤자……. 그치?”

“바앗?”

강아지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짖었다. 김독자가 멋대로 정의하니 땅요정이 격노했다.

“나는 유중혁이다. 땅요정이 아니다!”

“에구 그랬어요? 왜 이렇게 귀엽냐?”

김독자가 엄지로 유중혁의 볼을 꾹꾹 눌렀다. 하지 말라고 만류하는데도 김독자는 멈추지 않고 눌러댔다. 결국 유중혁이 엄지를 바깥으로 꺾고 나서야 멈췄다.

“아, 아아 으아아 아파!”

“하지 말랬다.”

“언제?! 언제 그랬어?!”

관절이 꺾이는 고통에 몸부림치다가 항복을 하고 나서야 해방될 수 있었다. 김독자는 책상에 유중혁을 내려놓고 아픈 엄지를 움켜쥐었다. 김독자가 아파하든 말든 유중혁은 빠르게 뛰어가 펼쳐뒀던 책을 읽었다.

“분명 이론상으로 재료에는 문제가 없었다.”

책 위에서 가부좌를 틀고 팔짱 낀 채 책 내용을 중얼거리는 유중혁은 꽤나 귀여웠다. 김독자는 슬금슬금 다가가 그 모습을 가까이서 구경했다. 무림정제수를 베이스로 천백산 암반 이슬, 명계 꽃무릇, 갓 태어난 요정의 눈물, 가장 오래 산 요정의 머리카락을 넣고 시계방향으로 한 바퀴 거꾸로 한 바퀴 반…….

“……결국 모든 건 네 놈 탓이다!”

“에, 에에에엥?”

중얼거리던 유중혁이 갑자기 고함쳤다. 김독자는 생사람 잡지 말라며 항변했다.

“무슨 소리야! 내가 뭘 어쨌는데?”

“네 놈이 갑자기 쳐들어오는 바람에 제조과정에 탈이 생겼지 않나!”

“그게 왜 내 탓이야? 네가 제대로 만들었어야지!”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모습에 유중혁은 기가 찼다. 원래 모습이었다면 멱살이라도 잡았겠지만, 아니 잡자면 지금도 잡을 수는 있지만 그랬다가는 연구실은 개판이 될 것이다. 유중혁은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고 김독자에게 물었다.

“후, 애초에 여기에 온 이유가 뭐냐.”

“그게, 어, 혹시 얘 네 집 개야?”

김독자가 주섬주섬 들어 보여준 건 하얀색 털이 몽글몽글한 귀여운 포유류였다. 유중혁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응?”

“그게 어딜 봐서 개지? 네 놈은 눈이 턱밑에 있나?”

“뭐 인마? 이 포슬포슬한 애가 강아지가 아니면 뭔데?”

“도깨비다!”

“도깨비가 뭔데?”

“바앗?”

유중혁은 자신도 모르게 이마를 쳤다. 이렇게 멍청한 놈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몰락(?)하다니……. 악몽이었다. 이 모습으로는 기초적인 시약 제조도 어려웠다. 그는 울며 겨자 먹기로 김독자를 쳐다봤다. 사지 멀쩡한 사내놈. 조금 비실거리는 게 흠이긴 했지만 자신이 도와준다면 가게 운영쯤은 해낼 수 있으리라.

“어쨌든, 네 놈이 책임져줘야겠다.”

“그게 왜 내 책임이야?”

“지금 내 모습을 보고 그런 말이 나오나?”

“귀, 귀엽네!”

유중혁은 살인이라도 저지를 것처럼 김독자를 노려봤다. 살기어린 눈빛에 겁먹은(?) 김독자는 땡글땡글한 뺨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


+



새로 단 놋쇠 종이 딸랑 울리면서 가게에 손님이 들어왔다.

“어서 오세요.”

“어? 여기 사장님 어디 가셨어요?”

일처리가 확실하다고 유명한 용병 정희원이 김독자를 보자마자 질문했다. 단골손님인 그녀는 카운터에 사람이 바뀐 걸 바로 알아챘다. 오랜만에 오기는 했지만 그새 종업원을 고용한 건가? 정희원이 유력한 가정을 내리는 동안 김독자는 포션을 정리하던 걸 멈추고 웃으며 그녀를 반겼다.

“제가 사장입니다.”

“네?”

겨우 한 달 사이에 사장이 바뀌었다니, 정희원은 믿을 수 없었다. 실력에 비해 저렴한 값을 자랑하던 단골 포션 가게를 잃을 위기였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유중혁 씨보다 유명한 연금술사신가요?”

진지하게 물어오는 정희원 때문에 김독자는 난처한 웃음을 흘렸다.

“농담이고 그 분은 급하게 해야 할 연구가 있다고 판매와 간단한 제조는 제가 하게 됐습니다.”

“아하, 그러니까 바지사장이라는 거네요?”

“그런 말을 면전에 해도 되는 겁니까?”

“저도 농담이에요.”

정희원은 키득거리다가 포션을 주문했다.

“체력 포션 세 병, 활력 포션 두 병 주세요.”

“네에.”

체력 포션은 빨간 거, 활력 포션은 노란 거. 아 쉽다 쉬워. 사장되기 너무 쉽다. 김독자는 유중혁과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네가 이 문제를 해결해줄 거라곤 생각 안 한다. 내가 방법을 찾아내는 동안 가게를 봐줬으면 한다. 내가 제조해둔 시약을 병에 담아서 판매만 하면 된다.’

‘그럼 내가 사장해도 되냐?’

‘네놈이 무슨 능력이 있다고?’

‘나더러 도와달라던 사람이 누군데?’

‘……능력이 된다면 해봐라.’

능력은 없지만 자리는 있다. 피할 수 없다면 즐겨야지. 그래서 김독자는 멋대로 사장임을 자처했다. 집에서 책이나 읽던 백수에서 사장이 되다니……. 그러나 현실은 가혹했다. 사장이 되는 건 공짜지만 그 책임은 공짜가 아니다.

“아, 오늘 구이 음식은 뭔가요?”

“예?”

“뭐든 맛있지만요. 구이 하나랑 체활 믹스 포션도 한 병 주세요. 선물용이니까 장식도 해주세요.”

“예?”

“네?”

체력 포션과 활력 포션을 준비하던 김독자는 어벙하게 되물었다. 평소처럼 주문하던 정희원도 덩달아 되물었다.

“구이랑 체활 믹스 포션, 오늘은 없나요?”

그 말에 김독자는 진실 반 거짓 반을 섞어 임기응변했다.

“제가 인수인계 받는 중이라서 오늘은 안 될 것 같네요.”

“아하…….”

다행히도 믿는 눈치였다. 김독자는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런 게 있는 줄 몰랐다. 나중에 유중혁한테 물어 천천히 배워두면…….

“그럼 내일은 돼요?”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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